예전에도 언급했지만 스시는 참 가격대가 다양합니다. 일본엔 동네슈퍼의 마감세일 10피스 500엔 스시도 있고 5만 엔이 넘는 스시 코스도 있습니다. 미식의 세계가 그런 거 같습니다. 500엔 스시와 5만 엔 스시를 두고 비교했을 때 과연 100배의 맛이 날까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. (제가 먹은 코스는 2-3만 엔이긴 합니다만) 가격대가 올라갈수록 맛의 차이는 미묘해지고 그만큼 사람의 취향과 혀의 민감도를 타는 듯합니다. 물론 작은 디테일이 쌓이고 쌓여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도 맞지만 어느 가격대 이상부터는 디테일의 유무보다는 디테일의 종류 차이라고 해야 하나요. 요리에 있어서 할 건 다 했다!라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. 제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요.
여하튼 가게 소개로 들어와서 이 집은 긴자에 위치해 있습니다. 유명합니다. 평점도 높습니다. 대개 이런 곳들은 예약이 까다롭습니다. 매월 1일에 전화로만 예약을 받기도 하고 그마저도 단골들한테 돌아갈 때가 많아서 저 같은 뜨내기들은 돈이 있어도 못 먹습니다. 그리고 그 단골이 되려면 뭐 횟수도 중요하지만 술도 잔뜩 시켜서 주인장에게 눈도장도 찍어야 하고 마치 에르메스에서 가방 사는 것과 같이 내 돈이지만 아무나 돈을 쓰게끔 하지 않습니다. 그렇지만 이 가게는 예약이 비교적 수월합니다. 원래는 타베로그로도 가능했는데 요즘은 히토사라 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예약이 가능하네요. 밑에 링크 올려두겠습니다. 예전과 비교하면 그래도 이런 예약 사이트가 늘어나서 조금은 예약이 쉬워진 것 같습니다.
긴자는 메인 거리엔 명품 브랜드샵들이 촤르륵 있고 그 뒤로는 이런 숨겨진 가게들이 많습니다. 뭐 큰 간판 내세우고 홍보하는 그런 게 아니라 아는 사람만 오시라 그런 분위기지요. 저도 처음에 긴자 갔을 때 긴자에 고급 음식점들이 많다는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.
살을 이쁘게 발라주셨습니다. 감사하게 먹습니다. 술은 프리미엄 몰츠 한 잔 했습니다. 혼자 먹을 때는 사실 술을 안 마셔도 되지 싶은데 예의상 한 잔 합니다.
폰즈가 있어서 미역은 폰즈 찍어먹습니다. 둘 다 틈틈이 먹으면서 혓바닥을 클렌징합니다. 스시집의 유일한 식이섬유이려나요.
정말 잘 삶은 문어입니다. 문어 삶는거도 기술이지요. 특히나 이 다리만 봐서는 꽤나 큰 사이즈 같은데 어떻게 삶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. 그걸 안다고 제가 집에서 삶아 먹을 건 아니라. 소금 혹은 와사비를 곁들여 먹었습니다.
사진으론 잘 안 보이지만 다진 가츠오가 안에 들어가있습니다. 고로 2겹 가츠오. 이때가 여름이라 가츠오가 나온 듯합니다. 발라주신 것도 간장 아니라 폰즈여서 상큼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.
흰 살 생선을 먹으니 느낄 수 있었습니다. 이 집은 초가 다르다고. 사실 시간이 좀 지난 시점이라 기억이 애매하지만 좋게 말하면 샤리(밥)가 제 역할을 하는 거고 안 좋게 말하면 네타(생선) 보다 튄다고 볼 수 있습니다.
그러다 보니 이런 츠마미(안주거리)가 더 나았던거 같기도 하고요. 일식이 추구하는 재료의 감칠맛이 잘 살아있는 한 접시였습니다. 심플한 게 최고예요.
다시 스시(니기리 라고 많이 부릅니다. 쥐다는 뜻)으로 돌아옵니다.
살짝 그을려서 향이 좋았어요.
시라야끼 라고 해서 소스없이 구운 구이입니다. 저 조그만 덩어리는 시치미인데 나마시치미라고 가루가 아닌 양념장 같은 형태의 시치미입니다. 에다가 오이가 나옵니다. 장어는 기름지고 맛있었습니다. 소스를 발랐으면 오히려 이 맛있음에 방해가 되었을 거 같은 느낌이라 이대로 좋았습니다.
누군가 좋은 참치를 먹으면 요구르트 같은 산미가 있다고 하였습니다. 실제로 그렇더군요. 그런데 그게 직감적으로 맛있다고 느꼈냐면 그렇진 않고 아 비싼 참치는 이런 맛이구나 하는 좋은 체험 정도였습니다. 조금 더 경험을 쌓아야 할거 같아요.
이거도 참치였습니다. 이유가 있어서 뱃살 다음에 아카미(지방이 없는 붉은 살 부분)가 나온거겠죠.
이 연어알 소스도 해산물에서 뽑아낼 수 있는 녹진함을 잘 표현해 냈습니다.
소스가 아까우니 싹싹 긁어먹습니다.
요즘은 이런 집이 많다고 하는데 스시와 츠마미가 번갈아 나옵니다. 여름이어서 상큼한 요리가 많이 나왔습니다. 금태 상태도 좋았습니다.
아무리 생각해도 츠마미가 강세인 집인 거 같습니다. 맛이 잘 기억이 안 나요.
조개류는 좋아라 하고 잘 먹습니다.
찐 새우가 반짝반짝하니 이쁘게도 나옵니다.
장어가 스시로도 나왔습니다. 저는 고기도 물고기도 기름진 걸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. 장어가 나오면 슬슬 마지막이란 의미죠.
혼자 온 제가 불쌍해 보였는지 꼬다리를 주셨습니다. 우니는 후또마키로 먹었습니다.
계란말이. 스시집에선 교꾸라고 부릅니다. 3층구조로 되어있다고 합니다. 새우살도 들어가 있대요.
이렇게 코스가 끝납니다. 디저트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일본 스시집엔 디저트가 없다고 합니다. 옆 손님들은 추가 주문에 들어갔지만 저는 여기까지 먹고 끝났습니다. 도쿄 최고의 스시집! 베스트 10! 뭐 이정도의 감동은 없지만 긴자에서 양질의 스시와 츠마미를 고급지게 느낄 수 있는 집입니다. 그리고 그렇게도 한국에서 유행하는 스시 오마카세를 본토에서 즐길 수 있는 집이고요. 앞서 말했듯이 예약이 할만합니다.
예약은 밑의 사이트.
鮨 たかはし(銀座 鮨・寿司)のグルメ情報 | ヒトサラ
鮨・寿司/銀座一丁目駅 徒歩5分/平均予算 ディナー:21000円
hitosara.com
주소는 항상 그렇듯 구글맵.
鮨 たかはし · 日本、〒104-0061 東京都中央区銀座1丁目14−14 銀座吉電ビル 1F
★★★★☆ · 寿司店
www.google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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